간병일기 | ||
1. 어머니의 수술 (수술 전~당일) |
2. 병원 입성기 (수술 1일차) |
3. 환자 간병 1일 (수술 2일차) |
4. 컨디션 저조 (수술 3일차) |
5. 보호자 교대 (수술 4일차) |
6. 코로나 환자 간병 (수술 13일차) |
7. 동생의 입원 (간병 21일차) |
8. 최악의 날 (수술 24일차) |
어머니가 경추수술을 받았습니다.
그 과정에서 가족이 겪은 일을 정리했습니다.
환자 간병 2일차 (수술 3일차)
길었던 간병 첫날이 지나가고 둘째 날이 됐습니다.
보호자용 침대는 보호자도 환자로 만들겠다는 의도가 담긴 게 틀림없습니다.
분명히 잤는데 피로가 더 쌓인 채로 눈을 떴습니다.
AM 5:00~7:00 간호사 회진 시작 (환자 상태 체크)
AM 7:30~8:00 아침식사
AM 8:00~9:00 의사, 교수 회진
AM 9:00~9:20 네뷸라이저
AM 9:30~10:00 재활 (열전기 치료)
AM 10:00~11:00 환자 상태 체크
PM 12:30~1:00 점심식사
PM 2:00~2:20 네뷸라이저
PM 4:00~5:30 환자 상태 체크
PM 5:30~6:00 저녁식사
PM 8:00~8:20 네뷸라이저
PM 8:30~ 병실 소등
병원 생활은 규칙적이어서 일정은 같았습니다.
간병한 지 하루 밖에 안 지났는데 몸살이 제대로 났습니다.
간병 이틀 전부터 병원 근처에서 불편하게 있어서 그런지 열, 기침, 콧물, 근육통 증상이 나타났습니다.
혹시 몰라서 새벽 6시에 몰래 가방에서 자가진단 키트를 해봤는데 다행히 코로나가 아니었습니다.
차라리 아프면 집에 가는 건데 아쉬운 마음 반, 다행이다 싶은 마음 반이었습니다.
그래도 간병의 효과 덕에 어제보다 어머니 컨디션이 좋았습니다.
약간 어지러워하셨지만 이제 걸을 수 있게 됐습니다.
보조는 필요했지만 밥도 혼자 드실 수 있을 정도로 좋아졌습니다.
휴대폰도 혼자 할 수 있게 되어서 괜찮다고 친척들에게 직접 전화하셨습니다.
많이 움직여서인지 이 날은 어머니가 쉬는 시간이 생길 때마다 주무셨습니다.
회진 전에 수건에 물을 묻혀서 씻겨 드리고, 이불, 시트, 환자복을 교체했습니다.
회진 시간에 교수가 걷기랑 누워있기가 좋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복도를 걸어 다니면서 연습하라고 해서 같이 왔다 갔다 걸었습니다.
앉는 건 한 번에 30분만 하라고 해서 최대한 앉아있는 시간이 없도록 신경 썼습니다.
어머니가 아직도 손등이 아프다고 하셔서 회진 시간에 말했습니다.
의사가 상태를 보고 링거 대신 통증주사 3회로 바꿔줬습니다.
확실히 링거를 빼니까 훨씬 상태가 좋아졌습니다.
오늘은 재활하러 갈 때 동행했습니다.
제 건강을 희생한 대가(?)로 걸을 수 있게 돼서 이송 요원 없이 엘리베이터를 타고 갔습니다.
대신 혼자 움직이기엔 불안하다고 하셔서 지팡이 역할을 했습니다.
보호자가 필요하다고 해서 특별한 걸 하는 줄 알았는데 환자를 침대까지 데려다주고 다시 병실로 데려오는 게 다였습니다.
열전기 치료받을 동안 보호자는 밖에서 대기하는 게 전부였습니다.
걷기 연습 같은 걸 하는 줄 알았는데 황당했습니다.
점심 식사를 하고 바람이라도 쐬 줄 겸 모시고 1층으로 갔습니다.
아무래도 병실은 환기를 안 해서 답답했는데 1층은 바깥공기가 좀 들어오니까 좋아하셨습니다.
비니랑 마스크를 착용시켜 주는 것도 잊지 않았습니다.
환자와 반비례하게 보호자인 제 몸 상태는 점점 안 좋아졌습니다.
살면서 갈색 소변을 본 건 처음이어서 검색해 봤는데 횡문근융해증이라는 병이 나왔습니다.
찾아보니 갑자기 고강도 운동을 하면 그럴 수 있다고 하더라고요.
게다가 위경련 증상이 나타나서 끙끙 앓다가 집에 연락했고, 내일 동생과 보호자 교대를 하기로 했습니다.
제가 아무것도 모르고 들어와서 힘들었기 때문에 인수인계 문자로 보냈습니다.
일정이랑 해야 할 일, 짐 위치를 찍어서 보냈습니다.
아프지만 일단 환자가 더 아픈 사람이어서 간병은 계속했습니다.
와중에 건조하다고 립밤을 발라달라고 해서 요청대로 해드렸습니다.
(히터를 틀어서 병실은 덥고 건조합니다)
저녁을 먹고 어머니와 지하 1층으로 내려갔습니다.
산책은 중요하니까요.
건강용품을 파는 가게에서 입는 기저귀를 팔았습니다.
이제 어머니께서 움직일 수 있으니까 화장실도 가실 수 있어서 샀는데 훨씬 편하다고 하셨습니다.
컨디션이 좋아 보여서 어머니를 씻겨 드렸습니다.
보호자가 환자를 씻길 수 있는 커다란 샤워실이 있습니다.
안에서 버튼을 누르면 잠겼는데 세면대랑 변기, 샤워기가 있었습니다.
이제 움직일 수 있으니까 벽에 있는 손잡이를 잡게 시키고 스펀지에 거품을 내서 살살 문질렀습니다.
씻긴 다음에 로션을 몸에 발라드리니까 피곤했습니다.
그래도 시원해하시는 걸 보니까 기분이 좋아졌습니다.
일정을 끝내고 어머니가 잠이 든 늦은 시간 옷을 챙겨서 샤워실로 향했습니다.
환자 챙기느라 세수할 시간도 없었는데 드디어 샤워를 하고 옷을 갈아입었습니다.
젖은 머리는 드라이기를 챙겨 왔지만 쓸 수 있을 만한 상황이 아니어서 수건으로 대강 말렸습니다.
그래도 씻으니까 조금 살 것 같았습니다.
입맛이 없고 힘들어서 지하 1층 편의점에서 포카리 스웨트를 샀습니다.
그게 마시는 영양제라도 되는 것처럼 그 자리에서 한 캔을 다 마시고, 페트병 버전도 샀습니다.
침대에 누웠는데 계속 열이 나고 근육통이 심해서 마시고 잠들기를 반복했습니다.
몸이 아프니까 눈물이 줄줄 났습니다.
밤새도록 자다가 울다가 포카리 마시기를 반복했습니다.
하도 아파서 다시 자가검사 키트를 해봤지만 역시 코로나는 아니었습니다.
(+)
수술하고 나서 어머니는 필라델피아 보조기를 차고 있었습니다.
3일쯤 지나서 갑자기 낯선 사람이 병실에 들어오더니 마이애미 보조기로 바꾸고 카드 결제하고 사라졌습니다.
그런데 보호자 출입증 하고 있더라고요?
보호자는 못 들어오게 했으면서 외부인이 자유롭게 드나드는 걸 보니 방역에 구멍이 뚫려있구나 싶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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