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병일기 | ||
1. 어머니의 수술 (수술 전~당일) |
2. 병원 입성기 (수술 1일차) |
3. 환자 간병 1일 (수술 2일차) |
4. 컨디션 저조 (수술 3일차) |
5. 보호자 교대 (수술 4일차) |
6. 코로나 환자 간병 (수술 13일차) |
7. 동생의 입원 (간병 21일차) |
8. 최악의 날 (수술 24일차) |
어머니가 경추수술을 받았습니다.
그 과정에서 가족이 겪은 일을 정리했습니다.
굉장히 우울했을 때의 감정을 담은 글입니다.
쉽게 영향을 받으시는 분은 읽지 않길 권합니다.
혹시 걱정하실까 봐 덧붙이자면 지금은 괜찮습니다.
동생 퇴원 1일차 (수술 24일차)
동생이 퇴원하고 집은 안정을 찾는 듯했습니다.
정리됐다고 생각하니까 제게 문제가 생겼습니다.
그동안 눌러왔던 감정이 무의식 중에 나와도 괜찮다고 생각했을지도 모릅니다.
아침부터 모든 의욕이 없었습니다.
배가 고프지 않았고 방 밖으로 나가기가 싫었습니다.
방문 너머로 가족이 이야기하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웃음소리도 섞여있고 화목했지만 누구의 얼굴도 보기 싫었습니다.
입맛이 없어서 끼니를 거르기도 했고, 말도 하기 싫어서 고개를 푹 숙인 채 밥만 먹고 방으로 들어왔습니다.
어딘가 고장 났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계속 눈물이 나왔습니다.
아무리 닦아도 멈추지 않았고, 거울에 비친 얼굴은 무표정했습니다.
살고 싶지 않았습니다.
다 지나갈 거라는 걸 알면서도 지금을 견딜 수 없었습니다.
홀린 것처럼 삶을 끝낼 수 있는 방법을 계속 검색했습니다.
살면서 처음 있는 일이었습니다.
안 되겠다 싶어서 인터넷에서 우울증 검사를 했더니 도움이 필요하다는 결과가 계속 나왔습니다.
다른 검사를 찾아서 해도 결과는 마찬가지였습니다.
지난 며칠간 잠을 설쳤고, 아침에 일어나서 눈 뜨기가 싫었습니다.
정말 좋아하던 일이었는데도 이상하게 재미를 느낄 수 없었습니다.
작년부터 시작됐던 스트레스가 한 번에 몰려들었고 그 속에 잠겨서 막막했습니다.
결국 근처에 있는 정신과 전화번호와 가는 법을 찾아서 집 밖으로 나왔습니다.
찬 바람을 맞으니 환기가 되어 우울이 밑으로 가라앉았습니다.
최근 병원에 너무 많이 가서 지긋지긋했기 때문에 일단 카페로 들어가서 음료를 시켰습니다.
아버지는 회사를 다니면서 더 많은 일을 하고 있었습니다.
스스로 엄살을 부리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힘들게 느껴지는 감정은 진짜였습니다.
그래도 많이 진정되었다는 걸 느꼈습니다.
병원에 가기 전에 객관적인 시선이 필요해서 친한 친구에게 진지하게 현재 상태에 대해 말했습니다.
평소에 친구에게 고민 상담이나 부정적인 이야기를 하지 않는데 처음 있는 일이었습니다.
장문의 메시지에 놀랐는지 친구가 전화를 걸었고, 가족이 아닌 사람에게 처음으로 그동안 있던 일을 털어놨습니다.
말을 하는데 가끔 눈물이 나려고 했습니다.
친구가 눈앞에 있지 않아서 다행이었습니다.
정말 고마운 친구입니다.
친구는 그간 고생이 많았다며 절 위로해 주었습니다.
대화 말하면서 스스로 궁지에 몰려있었구나 싶어 졌습니다.
가족을 챙기기 전에 저부터 잘 챙기자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집에 돌아와서 예전에 보고 싶었는데 미뤄뒀던 영화를 봤습니다.
다행히 보면서 즐거웠습니다.
하고 싶었던 일을 하며 집중하니까 기분이 나아졌습니다.
휴식을 취하고 자고 일어나니까 어제처럼 극단적인 생각이 들지 않아서 다행이었습니다.
그래도 한동안은 스스로를 잘 챙겨야겠습니다.
(+)
부모님께는 말을 안 했습니다.
하지만 눈치는 채신 것 같았습니다.
괜히 걱정 끼쳐드린 것 같아서 죄송했지만 그때는 정말 폭탄 같은 상태였습니다.
(밥을 먹으면서도 날카로운 도구가 있는 서랍에 계속 눈이 갔습니다)
이때 있던 증상은 아래와 같습니다.
- 수면장애
- 비정상적인 감정기복 (그럴 상황이 아닌데 갑자기 눈물이 났습니다)
- 좋아하던 일에 대한 관심이 극도로 저하됨
- 말을 안 함 (말 자체가 하기 싫었습니다)
- 과도한 스트레스
- 식사 거부
- 권태기가 온 것처럼 삶에 소홀한 태도와 무관심
- 삶을 끝내는 방법에 대한 정보를 찾아보고 계획 세우기
- 멍한 상태
정리해 보니까 심각했구나 싶어 집니다.
그래도 집중력이 떨어지거나 일을 미루거나 외출하기 싫지는 않았습니다.
눈물이 나고 극단적인 생각을 하는 부분이 조절이 안 되고 마음이 기계처럼 건조했습니다.
인터넷에서 이런저런 검사를 하다가 국가트라우마센터를 발견했습니다.
국가트라우마센터에서는 자가진단 검사 5개를 할 수 있습니다.
- 자살 위험성, 외상 후 스트레스 증상, 우울증상, 불안증상, 신체증상
외상 후 스트레스 증상이 심한 수준으로 나와서 놀랐습니다.
전쟁 참전용사나 천재지변을 겪은 사람한테만 나타나는 증상인 줄 알았기 때문입니다.
다른 테스트는 전부 경미한 정도로 나왔습니다.
친구한테 무거운 얘기를 털어놓은 것 같아서 미안했습니다.
그리고 들어줘서 정말 고마웠습니다.
앞으로 친구에게 잘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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