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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문화생활

<셰익스피어 소네트>를 읽고

by 노트 주인 2023. 1.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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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 시집을 사서 읽다니 오래 살고 볼 일입니다.

셰익스피어 소네트는 읽고 싶은 책 목록에 오래 있었는데 도서관에 없어서 잊고 지내다가 새해 기념으로 구입했습니다.

겉표지가 특이한데 크림색 상단은 무광이고, 파란색 하단은 유광입니다.

파란 부분에 지문이 엄청 잘 남아서 불편합니다.

 

 

 

속표지는 크림색입니다.

무광에 밝은 색이라서 오염되고 자국이 남기 쉬워서 아쉬웠습니다.

 

소네트는 유럽의 정형시인데 이 책에 총 154편이 실려있습니다.

두 편이 인상적이었는데 24번은 사용된 언어가 아름다웠고, 146번은 가슴에 와닿아서 좋았습니다.

 

 

24

 나의 눈은 화가가 되어 그대의 미모를, 
 나의 가슴의 화판에 옮겨 놓았노라.
 나의 몸은 그 그림의 틀
 최상의 화가의 기술이 원근법을 썼노라.
 진정한 모습이 그려졌는지, 그 기교는
 화가 자신을 거쳐서만 알 것이,
 그림은 고요히 나의 가슴의 화실에 걸리고,
 그대의 눈은 그 방의 창문.
 이렇게 눈과 눈이 서로 도와
 나의 눈은 그대의 모습을 그리고,
 그대의 눈은 나의 가슴의 창이 되어, 태양은
 그 창으로 그대의 모습을 보려 하도다.
  그러나 내 눈은 작품을 우아하게 할 재주 없어,
  보이는 것은 그려도 마음은 몰라라.

 Mine eye hath play'd the painter and hath stell'd,
 Thy beauty's form in table of my heart;
 My body is the frame wherein 'tis held,
 And perspective it is best painter's art.
 For through the painter must you see his skill,
 To find where your true image pictur'd lies,
 Which in my bosom's shop is hanging still,
 That hath his windows glazed with thine eyes.
 Now see what good turns eyes for eyes have done:
 Mine eyes have drawn thy shape, and thine for me
 Are windows to my breast, where-through the sun
 Delights to peep, to gaze therein on thee;
  Yet eyes this cunning want to grace their art,
  They draw but what they see, know not the heart.

 

비유가 아름다워서 좋았습니다.

이 책을 읽기 전, 그러니까 언젠가 읽어야지 하고 있을 때 가끔 보는 ASMR 채널에 소네트가 나왔습니다.

이어지는 문장의 흐름이 아름다워서 감탄했는데 24번 소네트였고 잊히지 않았습니다.

책을 사서 읽어보니까 역시 좋았습니다.

 

 

제목은 Let me in. ASMR. Haunting Atmosphere입니다.

12:39에 소네트가 나옵니다.

(6:47 파트도 같이 보면 더 두근거립니다.)

 

 

146

 이 죄 많은 흙덩이의 중심이며,
 너를 싸고 있는 이 육체의 반란을 겪는, 아, 가련한 영혼이여,
 왜 너는 안에서는 번민과 결핍을 맛보면서
 바깥벽은 그렇게 화려하게 칠하느뇨?
 빌린 기한이 짧고 스러져 가는 저택에
 왜 그렇게 큰 비용을 쓰느뇨?
 이렇게 사치스러운 육신의 상속자인 벌레들에게
 그 전체 비용을 먹게 하느뇨?
 이것이 네 육신의 종말이뇨?
 그렇다면 영혼이여, 네 노복인 육신이 손해 보게 하고 네가 살라.
 노복으로 하여금 너의 양식을 증산하느라고 애쓰게 하라.
 더러운 시간을 팔아서 신성한 기한을 사라,
 속은 살찌게 하고 겉은 더 부유하지 못하게 하라.
  그리하여 너는 사람을 먹는 죽음을 먹고 살라.
  죽음이 한 번 죽으면 죽는 자들 다시 없으리라.

 Poor soul, the centre of my sinful earth,
 My sinful earth these rebel powers array,
 Why dost thou pine within and suffer dearth,
 Painting thy outward walls so costly gay?
 Why so large cost, having so short a lease,
 Dost thou upon thy fading mansion spend?
 Shall worms, inheritors of this excess,
 Eat up thy charge? Is this tthy body's end?
 Then soul, live thou upon thy servant's loss,
 And let that pine to aggravate thy store;
 But terms divine in selling hours of dross;
 Within be fed, without be rich no more:
  So shall thou feed on Death, that feeds on men,
  Anad Death once dead, there's no more dying then.

 

이 책에서 가장 마음에 든 소네트입니다.

영혼을 살찌우라는 깨달음을 줍니다.

 

 

8
 듣기 좋은 음악이신 그대여, 왜 음악을 슬퍼하시느뇨?
 미는 미와 반목되지 않고, 기쁨은 기쁨 속에 즐겁거늘.
 그대는 왜 들어서 기쁘지 아니한 것을 사랑하느뇨?
 왜 괴로움이 되는 것을 들으려 하느뇨?

9
 쓰지 않고 보존하면 그것은 소멸하는 것.

27
 그것은 유령 같은 밤에 걸려 있는 보석인 양
 검은 밤을 아름답게 하고, 그 늙은 얼굴을 젊게 하도다.

30
  그러나 벗이여, 그때 그대를 생각하면,
  모든 손실은 회복되고 슬픔은 끝나도다.

71
 내가 죽어 음산한 종소리가,
 내가 이 저열한 세상을 떠나
 가장 저열한 벌레와 살러 간 것을 알리거든.
 그대 더 오래 슬퍼 말라.
 그리고 이 시구를 읽더라도 그 필자는 생각지도 말라.
 내 그대를 극진히 사랑하기에, 그대가
 나 때문에 슬퍼하는 것보다, 그대의
 고운 생각 속에서 잊어지기를 바라노라.

74
 흙에 돌아가는 것은 오직 흙뿐이라, 이는 당연한 그의 몫이요.
 그처럼 나의 영혼은 그대의 것 그것은 나의 좋은 부분이라.
 나의 육신이 죽어서 벌레의 제물이 되어도
 그대가 잃은 것은 단지 생명의 찌꺼기일 뿐.

87
  꿈에 속는 듯 그대를 가졌었거니
  잠잘 때는 황제요 깨면 그렇지 않아라.

94
  썩은 백합은 잡초보다도 더 악취를 풍기도다.

112
 그대의 사랑과 연민은
 속된 추문이 내 이마에 찍은 낙인을 없애 주도다.
 나를 시라 비라 부르는 사람 무엇 때문에 상관하리요?
 그대가 내 악을 푸른 그늘로 덮어 주고 내 선을 인증해주나니
 그대는 나의 온 세상이라, 나는 다만 그대 입으로부터
 나의 수치와 명예를 알려 애쓰노라.

114
 내 눈은 마음이 좋아하는 것을 잘 앎으로
 그 입에 맞게 술잔을 준비하도다.
  설사 독을 섞었다 해도 가벼운 죄라.
  눈이 그것을 사랑하여 먼저 마시느니.

116
 사랑은 세월의 놀림감은 아니라
 장밋빛 입술과 뺨은 세월에 희생되더라도,
 사랑은 짧은 시일에 변치 않고
 심판일까지 견디어 나가느니라.
  이것이 틀린 생각이요 그렇게 증명된다면,
  나는 글을 쓰지 않으리라, 인간을 결코 사랑하지 않았으리라.

125
 나는 아니라, 그대의 가슴에만 정성을 바치리,
 초라하나 자유롭고 최상과만 섞이며 기교를 모르는
 나의 헌납을 받으시라,
 다만 그대를 위하여서라는 상호 간의 희생만을 아는.

129
 향락이 끝나면 곧 경멸이요
 이성을 지나쳐 추구하고 그것을 얻자마자
 이성을 지나쳐 미워하도다.
 마치 삼킨 자에게 고통 주려고 고의로 놓인 미끼를 미워하듯.
 추구하는 동안도 광증이며, 얻은 뒤도 광증이라.
 행한 뒤도, 행하고 있는 것도, 행하려는 그것도 다 극단이라.
 경험 중에는 축복이요, 경험 뒤에는 비애라.
 그전에는 환희요, 그 후에는 악몽이라.
  이 모든 것을 세상은 알지만 잘 아는 이 없어라,
  지옥으로 사람을 이끄는 그 천국을 피할 줄은.

138
 아, 사랑의 최상의 습관은 믿는 체하는 데 있고, 
 사랑하는 연장자는 나이를 말하기 싫어하는 법이라.
  그러므로 나는 그녀 속이고 그녀는 나 속이고,
  거짓말로 허물을 감추노라.

154
 그러나 연인의 노예인 나는
  치료하러 갔다가 시험해 본 후 깨달았노라.
  사랑의 불은 물을 덥게 하나, 물은 사랑을 식히지 못함을.

 

읽으면서 좋았던 부분을 적었습니다.

비유가 아름다웠던 시구도 있었고, 머리가 번뜩했던 시구도 있었습니다.

외국 시를 읽는 건 처음인데 좋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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