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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문화생활

<에이번리의 앤>을 읽고

by 노트 주인 2023. 1.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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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아는 앤은 언제나 사랑스러운 소녀였습니다.

초록지붕 집에 와서 특유의 상상력으로 활기를 불어넣었으며, 단짝인 다이애나를 만나 기뻐했습니다.

학교에 가서 친구들과 선생님을 만나는데 여러 사고가 일어나기도 하지만 앤은 쑥쑥 자라납니다.

그러다 매슈의 죽음을 겪었고 아픈 마릴라를 위해 에이번리에 남기로 결심하죠.

 

이게 제가 아는 전부였습니다.

애니메이션은 여기서 이야기가 끝나고, 소설도 1편만 읽었습니다.

(넷플릭스 드라마는 시즌 3까지 보긴 했지만 새로 추가된 사건과 캐릭터가 취향이 아니었습니다)

 

1편. 초록 지붕집의 앤 (빨강머리 앤)
2편. 에이번리의 앤
3편. 프린스아일랜드 섬의 앤 (레드먼드의 앤)
4편. 윈디 포플러의 앤 (윈디 윌로우스의 앤)
5편. 앤의 꿈의 집
6편. 잉글사이드의 앤
7편. 무지개 골짜기
8편. 잉글사이드의 릴라
9편. 에이번리 연대기
10편. 에이번리 연대기 2

 

소설은 이렇게 10편까지 나왔습니다.

하여튼 원작이 소설인 건 알고 있었지만 살짝 찾아봤더니 앤이 길버트와 결혼하고 아이를 낳는다더군요.

로맨스는 지루했기 때문에 그렇구나 하고 다음 권을 읽지 않기로 결정했습니다.

이렇게 하면 언제까지나 앤을 제가 원하는 대로 남겨둘 수 있으니까요.

 

그러던 어느 날, 문득 뒷이야기가 궁금해졌습니다.

에이번리에 남은 앤은 어떤 선생님이 됐을지 말입니다.

그래서 이북을 구입했는데 지루했지만 그럭저럭 읽을만했습니다.

 

앤은 한숨을 꾹 참았다. 다이애나를 진심으로 사랑하고 두 소녀는 둘도 없는 친구지만 상상의 세계로 들어갈 때에는 결국 혼자일 수밖에 없다는 걸 앤은 오래전에 깨달았다. 마법의 길로 접어들 때에는 아무리 친한 친구여도 함께할 방법이 없었다.
- p.38

 

다이애나가 앤에 비해서 현실적인 성격이라는 건 알고 있었지만 이 문장을 읽는 순간 불길해졌습니다.

예상대로라고 해야 할까요.

<에이번리의 앤>에서 다이애나는 프러포즈를 받습니다.

다이애나라면 결혼할 것 같아서 납득했지만 상대가 평범해서 실망했습니다.

아주 평범한 미래가 다이애나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책 속 등장인물이 평범한 주부가 되는 이야기라니!

이게 제가 로맨스를 싫어하는 이유 중 하나입니다.

 

열 살 먹은 마조리 화이트는 과부가 되고 싶대. 왜 과부가 되고 싶으냐고 물었더니 진지하게 대답을 하더라고. 결혼을 안 하면 노처녀라고 놀림받고 결혼을 하면 남편에게 쥐여살지만, 과부는 그럴 일이 없다는 거야.
- p.197

 

앤이 선생님이 되어 1편만큼 생기는 없지만 대신 아이들이 있습니다.

애들이 한 말 중 이게 제일 웃겼습니다.

그때의 시대적 상황이 보이는 것 같았고, 마릴라가 어떤 삶을 살아왔을지 궁금해졌습니다.

계속 읽어보니 마릴라는 자신이 노처녀라는 것에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고 나오지만 말입니다.

 

머릿속에 떠오르는 생각은 뭐든 말해도 되는 거야. 그게 대화잖아.
- p.240

상상 없이 궁전에 사느니 상상의 나라를 가슴에 품고 다락방에 사는 것이 훨씬 나았다.
- p.295

상상력은 누가 건네주거나 빼앗을 수 있는 것이 아니었고, 삶을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보게 하는 신의 선물이었다.
- p.595

 

상상력을 가진 캐릭터들도 나옵니다.

앤이 가르치는 학생인 폴 어빙, 오두막집에 살고 있는 라벤더인데 나이는 다르지만 앤과 비슷한 영혼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들과 앤이 교류하는 부분이 재밌었는데 나중에 라벤더가 폴의 새엄마가 되는 걸 보니 작가가 미리 생각해 놓고 비중을 준 게 확실합니다.

 

새로운 캐릭터는 폴과 라벤더 말고도 더 있습니다.

에이번리에 이사 온 해리슨은 고약한 성격이라 소문이 났고, 그가 키우는 앵무새 진저는 욕쟁이입니다.

처음에 해리슨과 앤은 싸우기도 했지만 화해하고 잘 지내게 됩니다.

 

그리고 마릴라가 친척인 쌍둥이 남매 도라와 데이비를 초록지붕 집에 데려옵니다.

앤도 함께 돌보는데 도라는 따분하고 얌전한 성격이라 분량이 거의 없고, 데이비는 말을 안 듣는 사고뭉치지만 앤이 꽤 예뻐합니다.

아마도 생기 때문인 것 같지만 이런 말썽쟁이라니....

 

마음에 드는 문장은 있었지만 3편은 절대 읽지 말아야겠습니다.

왜냐하면 다이애나의 약혼을 계기로 앤이 길버트에게 마음을 품고 있다는 게 드러났기 때문입니다.

앤의 결혼이 머지않았다는 느낌이 확 들었습니다.

약혼이나 결혼하자는 언급이 직접적으로 나오진 않았지만 말입니다.

하여튼 호기심이 문제입니다.

앤이 그리워지면 애니를 보던지 나중에 소설 1편을 재탕해야겠습니다.

 

+

 

<레드먼드의 앤>을 읽고

앤이랑 키키의 다음 편을 보려고 도서관을 찾아갔다. 손톱에 난 거스름처럼 신경이 쓰여서 어쩔 수 없었다. 키키 2권은 예상대로 별로였고, 앤은 로맨스가 메인이면 덮어버릴 생각이었다. 그런

hobbymemo.tistory.com

저렇게 말해놓고 레드먼드의 앤을 읽었는데 재밌었습니다.

에이번리의 앤보다 재밌으니까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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